Directed by Jeremy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만은 아닙니다. 특히 파리의 백화점은 도시의 스타일과 욕망 그리고 역사를 담아내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이죠. 파리의 오스만 대로(Boulevard Haussmann)에 늘어선 '그랑 마가쟁(Grands Magasins)'은 바로 가장 완벽한 예시입니다.
이번 매거진에서는 이 거대한 공간들이 어떻게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파리의 필수 관광 코스이자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아르누보의 보석: 갤러리 라파예트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의 심장은 1912년에 완성된 네오 비잔틴 양식의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돔, '쿠폴(Coupole)'에 있습니다. 중앙 홀에 서서 이 압도적인 유리 돔을 올려다보는 경험은, 웬만한 박물관이나 미술관보다 더 강렬한 건축적 감동을 선사합니다.
쇼핑을 잠시 멈추고, 옥상 테라스로 올라가 보세요. 이곳은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를 가장 아름다운 각도에서 그것도 무료로 조망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장소입니다.
왼쪽 강변의 우아함: 르 봉 마르셰
만약 당신이 북적이는 인파를 벗어나, 조금 더 우아하고 예술적인 쇼핑을 원한다면, 센 강 왼쪽의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é)로 향해야 합니다. 1852년에 문을 연, 세계 최초의 백화점으로 알려진 이곳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파리의 예술가와 지성인들이 사랑하는 문화적 아지트입니다.
특히 이곳의 식품관인 라 그랑드 에피세리 드 파리(La Grande Épicerie de Paris)는, 전 세계의 최고급 식재료와 와인을 모아놓은 미식가들의 성지이니 반드시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겨울의 마법: 크리스마스 쇼윈도
매년 11월이 되면, 파리의 그랑 마가쟁들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마법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쇼윈도(vitrines de Noël)입니다.
갤러리 라파예트와 쁘렝땅(Printemps) 백화점의 쇼윈도는, 살아 움직이는 인형과 동화 같은 이야기로 가득 찬 하나의 작은 무대가 됩니다. 파리 시민들은 물론, 전 세계의 여행객들이 이 예술 작품을 보기 위해 모여들죠. 이 시기의 파리 여행에서, 오스만 대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볼거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파리의 그랑 마가쟁을 방문하는 것은, 쇼핑을 넘어, 19세기 파리가 발명한 '소비'라는 문화적 현상과, 그 안에 담긴 예술과 건축을 경험하는 지적인 여정입니다. 당신의 파리 여행에, 이 화려한 순간을 더해보시길 바랍니다.